요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면 한두 가지 영화만 잔뜩 틀어 대고 있어 선택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제 예전처럼 극장에 몰리지 않는데, 대신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온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개성 있는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작은 영화관 아트나인
✓ 서울특별시 동작구 사당동 동작대로 89 골든시네마타워
최신 고전 작품들을 재상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트나인’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태령 고갯길로 넘어가기 직전에 있는데, 아트나인은 세 가지로 구성된 극장입니다.
① 아트(art) 나인 – 영화를 보는 극장
② 엣(at) 나인 – 영화를 배급
③ 잇(eat) 나인 –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렇게 공간을 만든 이유는 아트나인 극장주가 영화를 중심으로 ‘보고﹒마시고﹒먹고’를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트나인의 상영관은 총 2개로 각각 92석과 58석으로 소규모지만, 이곳만의 최대 강점이 있습니다.

테라스 극장
바로 12층에 있는 극장의 테라스를 통유리로 전경이 확 트이게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400인치 4K LED를 설치하여 이 테라스 극장이야말로 아트나인을 찾는 관객들에게 백미로 꼽히고 있는데, 의자를 배치하고 ‘극장식 테라스’로 만들면 입석까지 포함해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행사나 파티가 종종 열리는 공간이기도 한데, 이럴 때는 200명까지로 제한 인원수가 올라갑니다. 아트나인의 테라스 극장은 모든 극장주의 ‘바람’이라 할 수 있는 야외 상영의 욕망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낸 것으로, 도시 전경과 함께 즐기는 영화 감상은 그 자체가 이미 스펙터클입니다.

한남동 오르페오
✓ 용산구 대사관로 35
영화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것은 ‘소리’입니다. 서울 한남동 사운즈한남에 있는 ‘오르페오’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덴마크의 오드(ODE)가 설립한 영화관으로 좌석은 고작 32석에 불과하지만, 극장에 설치한 스피커는 37개에 달합니다.
작품 속 음향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하는 ‘소리 특화형’ 상영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의 실화를 다룬 ‘디베르티멘토’와 국내에 잘 알려진 음악 영화 ‘라라랜드’와 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연희동 라이카시네마
✓ 서대문구 연희로8길 18
서울 연희동 주택가에는 40석 규모의 영화관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의 위기를 말하던 2021년 용감하게 문을 연 극장으로, 이름마저 1957년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용감하게 우주로 나간 ‘최초의 우주개’ 라이카에서 따왔습니다.
이곳은 평소에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예술영화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멸 직전일 때 예술영화의 문턱을 낮춰주었는데, 조금 어렵지만 가치 있고, 오래 곱씹을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에무시네마
✓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유럽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사상가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딴 에무시네마는 이름 그대로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예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1﹒2관을 합쳐 총 103석에 불과하지만, 힙스터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 영어 자막도 제공하고 있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많이 찾고 있습니다.

더숲아트시네마
✓ 노원구 노해로 480
노원에 살고 있다면, 7호선 노원역 앞에 있는 더숲아트시네마 덕분에 예술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광화문이나 압구정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곳은 노원문고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 주민들의 명소인데, 길 건너 대형 멀티플렉스가 언제나 째려 보고 있지만, 작은 극장의 존재감은 쉽게 굴하지 않습니다.

씨네큐브
✓ 종로구 새문안로 68
광화문 명소 중 하나인 ‘씨네큐브’는 영화광들이 극장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곳인데, 2000년에 개관한, 가장 오래된 예술 영화관이기 때문입니다. 365석을 갖춘 이곳에선 연간 상영작의 90% 이상을 예술영화로 꾸립니다.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한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야쿠쇼 고지가 내한해 배우 송강호와 함께 한국 관객들을 만난 장소도 바로 이곳입니다.
그리고 음성 해설과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은 배리어프리 영화를 매달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