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조선시대 발렌타인데이 ‘연인의 날’

발렌타인데이(밸런타인데이)는 양력 2월 14일로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날입니다. 이날은 서양에서 유래하였는데, 대한민국 조선시대에도 발렌타인데이와 같은 ‘연인의 날’이 존재했는데, 바로 ‘경칩’ 입니다.


경칩

우리나라에도 성인 발렌티누스(Saint Valentine) 순교의 날을 기리는 ‘발렌타인데이’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 날이 존재하는데, 바로 ‘경칩(驚蟄)’입니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 이날은 24절기(節氣)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입니다.

경칩은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로 이 시기엔 겨울철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여 한난(寒暖)이 반복되어 삼한사온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기를 거쳐 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고, 초목의 새싹이 돋고 동면하던 벌레도 땅 밖으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경칩에는 산이나 논두렁 등 물이 괸 곳을 찾아서 개구리알이나 도롱뇽알을 건져 먹기도 하였고, 경칩에 흙일하면 탈이 없다고 전해져 담을 쌓기도 합니다. 그리고 빈대가 없어진다고 믿어 일부로 흙벽을 바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경칩에는 고로쇠나무의 수액(水液)을 마시면, 위장병과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는데, 이는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로운 기운을 받고 시작하려는 의미가 있으며, 경칩이 지나서는 수액이 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약효가 적습니다.

‘경칩’은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의 소생을 의미하는 절기입니다.

경칩 날 남녀가 나눠먹은 수 은행 씨앗과 암 은행 씨앗 모습


연인의 날

270년 2월 14일 로마 시대 성인 ‘발렌티누스’는 결혼이 금지된 병사들의 결혼을 비밀리에 시켜주다 처형당했으며, 이후 사람들은 이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날’이라는 축일로 기념했습니다.

이러한 서양 관습은 일본을 통해 1960~80년대에 전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날’은 조선시대에도 존재하였습니다. 조선 세조 시절의 ‘사시찬요(四時纂要)’에 따르면 은행 껍질이 세모 난 것이 ‘수 은행’이고 둥근 것이 ‘암 은행’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가 경칩 날에는 각각 수 은행과 암 은행을 나눠 먹으며 사랑을 확인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녀·총각들도 경칩에는 날이 어두워지면 좋아하는 상대와 은행을 나눠 먹고 수·암 은행나무를 돌면서 사랑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작년 가을에 은행 씨앗을 주워서 잘 말려 다음 해 경칩 날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은행나무는 수명이 1,000년 이상으로 수나무와 암나무가 함께 마주 보고 결실을 보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이유로 은행 씨앗을 사용하였습니다.

천연기념물 30호 은행나무

경기 양평군 용문사에 있는 수령 1,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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