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터널 글씨 구조물 설치에 수백만 원 들지만, 진행시켜!

부산 남구에 있는 대연터널 상행선 입구 위에 특이하게 ‘꾀. 끼. 깡. 꼴. 끈.’ 이렇게 다섯 글자가 설치되어 있는데, 운전자의 시선을 뺏어 사고 우려가 있고, 시 예산을 낭비했다는 논란이 일어 글자를 가림막으로 가렸는데, 곧 철거됩니다.

대연터널 위 글자 모습


대연터널 ‘꾀. 끼. 깡. 꼴. 끈.’

부산시설공단은 노후 시설물 중심으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평소 차량 정체가 자주 일어나는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터널을 시범 사업지로 선정하여 터널 입구 위에 해당 글자 구조물을 설치하였습니다.

이 글자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꾀’는 ‘지혜’, ‘끼’는 ‘에너지·재능’, ‘깡’은 ‘용기’, ‘꼴’은 ‘디자인’, ‘끈’은 ‘네트워킹’ 이렇게 글자마다 의미가 담겨 있는데, 이 글자는 1월 2일 부산 시장이 시무식에서 공직자의 5가지 덕목을 언급하며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박형준 부산 시장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와 있는데, 이를 본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시는 글자를 가림막으로 가렸고, 이후 철거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해당 문구는 대연터널에만 시범적으로 설치되었습니다.


꼬리 자르기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해당 문구는 주철환 작가 책에서 언급된 것으로, 부산시에서 문구를 설치하라는 지시는 없었고, 박형준 시장 발언 때문에 설치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당연히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예산 낭비 논란에 대해선 ‘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문구를 설치하여, 수백만 원 정도만 들었다’라고 말하는데, 저렴하게 잘했네요. 국민 혈세니까 수천만 원 들 것을 수백만 원만 썼으니, 잘하셨습니다.

이번 이슈에 대해 박형준 시장은 안전이 중요시되는 고속도로 터널 위에 저러한 문구를 설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고, 사전에 보고받지 못해 미리 막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즉각 시정해 혼란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장님은 부산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나 봅니다. 해외 출장이 많아 바쁘셔서 그런가 보네요. 근데 대한민국 정치인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답이기도 합니다.

우습다. 우스워.

“꾀. 끼. 깡. 꼴. 끈. 이거 사람들이 많이 보는데 설치할 데 없을까?”

“대연터널이 차량 정체가 많아 오랫동안 볼 수 있습니다.”

“진행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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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글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라는 영화에서 차승원 씨가 ‘사람이 성공하는 7가지 조건’으로 ‘꿈, 깡, 끼, 꾀, 끈, 꼴, 끝’이라고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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