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 증권사들에서 주요 상장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 분석을 담은 보고서가 연달아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2023년 3월 31일부터 1년간 국내 5대 증권사가 낸 기업 분석 보고서에는 ‘매도’ 의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5대 증권사 매도 의견 0건
최근 1년간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 보고서를 한 건도 내지 않았는데, 증권사별로 매수 의견 비율은 77~94%로 가장 높았고, 중립 의견이 5~22%를 차지하였습니다.
다만, 다올투자증권﹒하나증권﹒신영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에서 0.5~0.7%의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소량 등장했을 뿐입니다. 전기차 수요 부진과 양극재 판매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해 이차전지주 내림세는 2024년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매도 의견을 내는 증권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매수 의견이 많고, 매도 의견은 너무 부족하여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라진 이유
이렇게 매도 의견 보고서가 사라지다시피 한 이유는 다양한데, 우선 특정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를 향해 쏟아내는 비난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과거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 연구원이 봉변을 당하기도 했는데,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3년 4월 이차전지주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매도를 조장한다는 둥 욕설 게시 글이 수십 건 올라왔고, 출근길에 붙잡혀 욕설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증권사들은 주요 고객인 ‘기업’들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상장사들은 증권사의 기업 분석 대상이면서 동시에 주식이나 채권 발행, 인수﹒합병 등의 업무를 의뢰하는 큰 손인데, 매도 보고서로 기업을 잃게 되면 증권사로선 큰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의견
증권 업계에선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매도 의견 보고서를 쓸 바에야 차라리 보고서를 쓰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매도 의견도 하나의 의견으로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원숭이가 분석 전문가들보다 주식 투자를 더 잘한다는 말이 있지만,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진 않으니 오히려 충분한 근거와 논리를 갖추었을 가능성이 높기에, 무조건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로만 볼 순 없습니다.
그리고 편향된 기업 분석 보고서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