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없는 세상

지구에서 모기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요? 세계에선 모든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개체 수 감소, 살충제 효과 증진, 트랩, 퇴치 크림, 가짜 피 등 다양한 모기 퇴치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쉽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있습니다.


모기 박멸 전쟁

기나긴 장마가 끝나면 기승을 부리는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합니다. 모기에게 물린 부위가 가려워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물론이고,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각종 질병의 위험도 있는데, 조사에 따르면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원은 연간 7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모기 박멸 연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브라질에서는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일명 ‘모기 잡는 모기’를 2024년부터 연간 50억 마리를 방사하는데,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는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합니다.

그리고 짝짓기하는 상대 모기에게 불임 현상이 나타나 개체 수도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는 이유는 브라질이 모기 피해가 큰 국가로 꼽히기 때문인데, 브라질에선 연간 200만 건 이상 뎅기열 감염으로 1,000명 안팎이 숨지고 있습니다.

피부에 앉아 피를 빠는 모기

국방부

모기는 야외 활동이 많은 군인들에게도 치명적이어서 군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한데, 미 육군의 ‘월터 리드 연구소’는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말라리아 백신을 공동 개발했고, 암컷 모기를 유인해 죽이는 살충제 트랩도 시판했습니다.

그리고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모기 퇴치 프로젝트 ‘리벡터'(ReVector)는 인간의 피부 미생물을 바꿔 모기를 유인하는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데,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바이오 기업 ‘징코 바이오웍스’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피부 미생물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생성해 모기를 유인한다는 점에 착안해 ‘모기 퇴치 크림’을 개발하고 있는데, 모기 퇴치 크림의 효과는 2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짜 피

말라리아모기를 ‘가짜 피’로 유인해 제거하는 연구도 있는데,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이 개발한 가짜 피는 모기가 말라리아 기생 원충을 포함한 혈액을 더 좋아한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연구진은 말라리아에 걸린 혈액에 들어 있는 성분(HMBPP)이 모기를 유인하는 냄새를 방출하고 더 많이 흡혈하도록 자극한다는 점을 이용해 HMBPP 성분과 식물성 살충제가 포함된 용액을 만들었고, 이 용액을 빨아 먹은 모기는 모두 죽었습니다.

살충제 내성

분말 형태의 살충 성분인 ‘델타메트린’을 가열하면 살충 효능이 기존보다 약 12배 높아진다는 뉴욕대 연구 결과가 있는데, 전자레인지나 오븐으로 살충제를 가열하면 델타메트린의 결정 구조가 바뀌면서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모기도 퇴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섭씨 150도에서 30분간 가열한 살충제와 일반 살충제에 각각 모기를 노출해 비교했는데, 일반 살충제에 노출된 모기는 약 3%밖에 죽지 않았지만, 가열된 살충제와 접촉한 모기는 24시간 이내에 모두 죽었습니다.


부작용

유전자 조작까지 활용하는 등 모기 퇴치 연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구에서 모기를 영원히 박멸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예상 못 한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모기를 먹이로 삼는 개구리, 잠자리, 거미 등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흡혈하는 암컷과 달리 수분을 통해 식물의 번식을 돕는 수컷 모기까지 사라지면 식물 생장도 지장을 받게 됩니다.

삶이 있는 존재는 분명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인데, 모기 없는 생태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순 없습니다. 어쩌면 모기는 생태계의 구성 요소로 더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악성 해충이 득세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맙다고 말하기엔 좀 짜증 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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