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 미공개 시 166편 공개, 대청소의 중요성!

박목월 시인은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자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고 알려지며, 1980년대부터 리얼리즘이 대두되면서 그의 작품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시대를 바라보는 시인이었습니다.


박목월 미발표 시

이번에 발표된 시에는 ‘나그네’로 잘 알려진 박목월 시인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향토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던 박목월이 아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일상의 삶, 신앙, 역사의 참혹함, 조국의 희망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미공개 시 중 ‘슈샨보오이’는 6·25 전쟁의 참혹한 경험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소년의 모습을 완성도 높게 표현하였고, 한 시인으로서 어린 소년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어, 사람에 대한 박목월 시인의 따뜻한 시선도 볼 수 있습니다.


특징

박목월 시인은 목가적, 서정적인 시인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발표된 시에서는 그렇게 평가할 수 없는 시가 다수 등장하였습니다. 해방의 감흥을 다룬 ‘무제’, 6·25 전쟁에서 고아가 된 구두닦이를 묘사한 ‘슈샨보오이’, 미래 조국의 희망을 노래한 ‘결의의 노래’

이와 같은 시들은 사회 현실을 다룬 작품이며, 기존 박목월 시인의 시에선 찾아보기 힘든 내용입니다. 그리고 고향 경주에 대한 시도 있고, 타향살이를 하던 제주를 그린 ‘용설란’은 시인 박목월과 용설란을 동일화하여 어눌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는 타계 몇 년 전부터 기독교 시 창작에 몰두하였는데, 그가 신앙에 발을 딛게 된 내적 이유를 보여주는 시편들도 존재하며, 동시적 운율과 리듬을 갖고 있는 ‘산골호수’, 슬픔과 상실의 정서를 가진 ‘눈물’, 일상의 삶을 담은 ‘어머님, 당신의 눈물 어린 눈동자에’ 등도 있습니다.


공개가 갖는 의미

45년의 세월 동안 장남 박동규 서울대 교수의 자료 더미 속에 있던 노트 62권과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 기증된 18권을 합해 총 80권의 내용 중 166편이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의 정리 결과 발표되었습니다.

박목월 시인이 1939년 등단부터 1970년대 타계 전까지 작성된 내용들로 그의 전 생애를 담고 있으며, 1939년 노트에서는 그의 등단 전 기록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로써 의미가 있습니다.

노트에는 하나의 시를 여러 번 고쳐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창작 과정에서 내면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시어 하나, 행 하나를 바꾸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그의 고심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이번에 공개된 미공개 시편은 원본을 디지털화해 공개하고, 전자책을 발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겠지요? 열심히 공부하세요. 공부할 게 늘었네?

아, 대학생·대학원생 여러분, 논문 준비하세요.

박목월 '슈샨보오이' 노트 필기 모습


슈샨보오이(shoeshine boy, 구두닦이 소년의 옛 표기)

박목월(1915~1978)


6·25 때

엄마 아빠가 다 돌아가신

슈샨보이.

길모퉁이의 구두를 닦는 슈샨·보이.


곱슬머리가 부룩송아지처럼

귀연 슈산·보이.

학교길에서 언제나 만나는 슈샨·보이.

나만보면 빙긋웃는 그아이 슈샨·보이.


이밤에 어디서 자나 슈샨·보이

비가 오는데, 잠자리나 마련 했을가. 슈샨·보이

누구가 학교를 보내주는 분이 없을가. 슈샨·보이

아아 눈이 동그랗게 아름다운 그애. 슈샨보이


학교 길에 내일도 만날가 그애. 슈샨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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