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슬로건 ‘If it’s Boeing, I’m not going’

108년 역사의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Boeing)은 한때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였으며, 특히 안전과 완벽함에선 최고의 명성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엔지니어의 회사’였던 보잉이 ‘실적만 좇는 회사’로 변질되며 심각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안전을 외면한 보잉

2024년 보잉 항공기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5,000m 상공을 날던 비행기의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거나, 이륙 준비 중 앞바퀴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올해만 해도 보잉 주가는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후발 주자인 ‘에어버스’에 시가총액, 인도량, 주문량 모두 밀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에어버스’는 1970년 유럽 국가들이 참여해 설립하였으며, 2024년 1분기 보잉의 항공기 인도량은 83대로 2023년 4분기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였으나, 에어버스는 2024년 1분기에 142대를 인도하였습니다.

주가도 보잉사는 계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에어버스는 같은 기간 13% 정도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에어버스는 약 188조 원이고, 보잉은 약 144조 원으로 에어버스가 44조 원 더 많습니다.

가장 존경받았던 회사

보잉은 여전히 ‘보잉이 아니라면 나는 가지 않겠다(If it’s not Boeing, I’m not going)’라는 슬로건이 새겨진 티셔츠와 컵 등을 팔고 있는데, 이제는 이 슬로건도 변경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If it’s Boeing, I’m not going’으로 말입니다.

2018년 인도네시아, 2019년 에티오피아 보잉 항공기 추락사고로 346명이 사망하여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등 절치부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보잉을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로 만든 엔지니어들이 배제되고, 재무 전문가들이 경영을 맡으며 2024년 또다시 신뢰의 위기를 겪는 중입니다.

2024년 사건﹒사고

2024년 1월 미국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5,000m 상공을 비행하던 중 동체에 냉장고만 한 구멍이 뚫려 비상 착륙하였으며, 이륙 준비 중이던 비행기 앞바퀴가 떨어져 나가고, 객실에서 연기가 감지되어 회항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4월 7일에는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륙 도중 엔진 덮개가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여 회항하였습니다. 결국 잇따른 사고로 보잉은 미국연방항공청(FAA)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 도중 보잉사의 한 엔지니어는 보잉 여객기 787 드림라이너의 동체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수천 번의 운항 뒤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FAA에 문건도 보내며 내부 고발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유

이러한 보잉의 위기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문화로 변경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 언론들은 지목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는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였던 보잉이 완벽주의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보잉의 위기는 20년 넘게 천천히 진행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보잉이 1997년 경쟁사였던 ‘맥도널 더글러스’를 인수﹒합병한 후 엔지니어의 회사에서 실적을 좇는 회사로 변질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보잉은 주로 조립만 하고 무리하게 아웃소싱 부품을 확대하였는데, 737 맥스 기종은 50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데, 보잉은 600개가 넘는 회사로부터 부품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보잉은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꾸준히 희망퇴직을 진행하였으며, 2022년 노련한 엔지니어 수백 명이 정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하기도 하였습니다.

보잉 737-900 기종 여객기 비행 모습


국내 항공사

대한항공은 2024년 3월 21일 에어버스 항공기 33대를 약 19조 원에 구매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현재 137대의 여객기 중 보잉 81대, 에어버스 56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통상 대한항공이 보잉과 에어버스 비율을 6대4로 가져왔는데, 창사 이래 비율이 역전될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70대 중 보잉은 11대뿐이며, 59대는 에어버스 기종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은 보잉의 편이 아닌 듯합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 다시 완벽주의 보잉으로 불리기 위해선 엔지니어 경력이 있는 수장을 뽑아야 할 것입니다. ‘If it’s not Boeing, I’m not going’ 슬로건에 걸맞은 항공기 제작사가 되기 위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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