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사업은 토지 매입 시 토지 가격의 일부만 대고 나머지는 저축은행이나 2금융권의 브리지론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합니다. 브리지론은 토지를 담보로 하는 본PF 대출보다 금리도 높아 금융사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시공사의 보증을 요구합니다.
부동산 PF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전체 사업 규모에서 자기 돈 5%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금융사로부터 조달하는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기에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이 식었을 때는 경제 위험 요인이 되어버립니다.
이러한 부동산 PF 사업은 시행사, 시공사, 금융사가 참여합니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도하며, 시행사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프로젝트금융회사(PFV)라 부르며, PFV와 사업 현장을 통틀어 ‘PF사업장’으로 부릅니다.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시행사지만, 사업장의 주체는 PF사업장이 됩니다. PF사업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회사를 시공사라 합니다. 금융사는 시공사가 아니라 PF사업장에 대출을 해줍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시행사가 직접 자체 신용으로 대출을 진행하였지만, 사업이 실패하면 시행사도 같이 무너지는 일이 많았으며,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금리가 급등하여 많은 시행사가 도산하여 위험 분산을 위해 사업장별로 대출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대출 방식에는 토지 구매를 위한 ‘브리지론’과 PF사업장이 인허가받은 뒤 공사가 시작하여 건물을 올리기 시작할 때 받는 ‘본PF’ 대출이 있습니다. PF사업장은 본PF 대출을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합니다.
부동산 호황기일 땐 문제 없이 진행되지만, 반대일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과도한 보증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태영건설은 도급 순위 16위로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보다 두 배 더 많은 PF사업장의 보증을 섰습니다.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PF사업장은 122개에 이르며 9조 원대로 알려진 보증 규모는 실제 조사 결과 20조 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 결과 태영건설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의 대형 건설사 부도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습니다.
정부 대응
태영건설과 같은 부동산 PF 부실 문제에 대해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은 근본적 제도 개선 진행과 구조조정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가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까지 만기를 연장하는 등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사업성 없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해선 금융사가 100% 예상 손실로 인식하여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한 매각과 정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충당금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회계상 별도로 분리하는 금액을 말합니다. 금융감독원장의 말은 부동산 PF사업장에 빌려준 돈을 예상 손실로 해버리면 금융사는 그만큼 충당금을 적립해야 합니다.
그러니 부실 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하라는 금융사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기 성과에 치중하여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고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원장은 부동산 PF 사업 전망을 보수적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손실 보전 과정인 경﹒공매 등의 절차에도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고려하여 담보 가치를 엄중하게 산정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금융사는 이러한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에 뒤에서는 웃고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입니다. 금융사는 고금리 덕분에 엄청난 수익을 올렸으며 이러한 수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충당금을 늘려 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정하면 결국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은 어쩔 수 없이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되니까 말입니다.
결국 웃는 건 은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