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비관주의 철학자가 알려주는 행복의 의미

쇼펜하우어 철학이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2023년 말부터 시작된 인기가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서점가에는 그의 저서가 인기 도서에 오르고 있습니다. 비관주의 철학자가 지금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명 쇼펜하우어

독일 출신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63세까지 학계에서 따돌림당하고 대중적인 인기도 없는 흔히 말해 ‘무명’ 철학자였습니다. 성격이 좋지도 않았고, 얼굴도 이성의 호감을 살만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여자를 미워해 평생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한때 베를린대 강사를 맡았었지만, ‘헤겔’이라는 당대 최고 스타와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0명 수강생을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이후 강사직을 포기하고 고독과 좌절 속에서 망상에 사로잡힌 삶을 살았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여 이발사에게 면도는 하지 말라고 하였으며, 이 세상을 비참하고 음침한 곳이라 여겼습니다. 또 금욕적인 삶을 중요시했는데, 이러한 배경에서 그에게 비관주의와 염세주의가 싹텄습니다.

철저한 금욕주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철학서를 30세에 펴냈으며, 그는 이 세계가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욕망’에 의해 움직일 뿐이라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 주장은 그 당시 ‘합리적 이성론’에 대놓고 반기를 든 것입니다.

그는 인생이 고통스러운 것은 욕망은 채우고 채워도 충족될 수 없으므로 고통스러운 것으로 이를 이겨내는 것은 충동과 욕구를 거스르는 철저한 금욕이라고 강조하였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반전

쇼펜하우어는 63세 때에 ‘소품과 부록’이라는 수필집을 펴냈는데, 이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철학자가 철학서가 아니라 수필로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책은 청춘들을 위한 수필로 인생 격언을 문학적 재치와 유머로 풀어내어 인기를 얻었으며 일약 스타 반열에 올라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니체와 아인슈타인, 바그너도 이 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18세기의 철학자는 21세기 한국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증후군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으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의 책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동상


인기 이유

쇼펜하우어의 인기는 말로만 하는 위로와 조언보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직설적인 그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원래 인생은 고통스럽다.’, ‘행복을 내가 아니라 남에게서 찾으려고 하면 불행해진다.’, ‘인간관계에는 고슴도치처럼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데 너무 친해지려고 하면 파국이 온다.’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쇼펜하우어는 이를 두고 “자유로운 자가 노예로서 주인을 모시고 싶어 우상을 생각해 내는 것과 같다”라며 뼈 때리는 일갈을 날립니다. 덧붙여서 그는 “추상적인 행복을 좇지 말고 불행과 재앙을 피하는 일에 전력하라”라고 충고합니다.

그는 “어떤 사람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라며 행복의 의미도 삶의 수용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돈에 관한 철학

쇼펜하우어의 돈에 관한 철학은 주목할 점이 많습니다. 그는 돈을 세속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며 부의 가치를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아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행복해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는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이 난다”라고 말하며 “돈은 자유로움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그의 확고한 기준을 말했습니다.

또 그는 돈 자랑과 집착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진짜 부자는 자신의 장점을 계발하는 데 돈을 쓰지만, 가짜 부자는 보여주기 위해 돈을 쓴다”라며 과시적인 삶을 경계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쇼펜하우어는 많은 재산을 가지는 것은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걱정이 많아져 행복감이 줄어드는 것인데, 어떤 이는 지적 교양보다 부를 더 갖기 위해 수천 배 노력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였습니다.


비관주의 철학자의 행복론

그의 행복론을 보면 욕망에 쫓겨 만족하지 못하는 삶은 고통일 뿐입니다. 쇼펜하우어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재산으로 살았지만, 검소했으며 떠날 때 모든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증하였습니다.

비관적이라고 알려진 그의 내면이 이렇게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고 합리적이며 낙관적인 모습은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와 닮았습니다.

베트남전 포로였던 미군 장성 스톡데일이 7년 반 동안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난을 극복하고 생존한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포로들은 막연히 풀려날 것이라는 기대감에만 매달렸다가, 결국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냉철한 정신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살아가는 지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라 할 수 있으며 그가 말하는 행복의 의미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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