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마라톤 케냐 남자 선수 ‘켈빈 킵툼’이 2시간 00분 35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2시간 이하는 마라톤에서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지만, 이젠 그 벽을 넘어설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이번 기록에는 나이키 스포츠용품 도움이 컸습니다.

나이키 알파 플라이 3
아직 가칭이긴 하지만 나이키 알파 플라이 3 제품을 신고 켈빈 킵툼 선수는 경기에 참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라톤용 신발은 밑창, 중창, 깔창 이렇게 세 겹으로 이루어지는데 알파 플라이 3은 중창 부위에 두꺼운 카본플레이트를 삽입했습니다.
카본플레이트는 탄소 섬유판으로 철보다 5배나 더 단단하고 유연해 다리의 피로를 줄여줍니다. 하지만 무게 때문에 많이 사용되지는 못했는데, 2016년부터 나이키에서 연구하여 가벼우면서 두꺼운 탄소 섬유판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번 나이키 탄소 섬유판은 한 장만으로 네 장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으로 알파 플라이 3과 비슷한 제품을 신은 에티오피아 여자 마라톤 선수 ‘티지스트 아세파’도 여자 신기록인 2시간 11분 53초를 기록하였습니다.
참고로 나이키 알파 플라이 3 제품은 2024년 1월 출시 예정입니다.
비공식 신기록
‘엘리우드 킵초게’ 케냐 선수는 2019년 마라톤의 거대한 벽인 2시간 이하 기록인 1시간 59분 40초 기록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킵초게 선수의 운동화는 탄소 섬유판이 네 장이나 들어가 있었으며 세계육상연맹은 2장 이상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공식 기록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용품
이번 시카고 마라톤 우승자들의 기록은 스포츠 과학 기술에 따라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극대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용품은 선수들과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야구에서는 선수들이 주루할 때 오븐 장갑처럼 생긴 것을 착용합니다. 이 장갑은 슬라이딩 시 손과 손가락 부상을 방지하며 끝부분이 두툼하여 베이스에 부딪혀 손이나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예방합니다.
뉴욕 양키스 선수 브렛 가드너가 2009년 슬라이딩 후 왼쪽 엄지를 다친 후 2013년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엔 장갑의 모양에 의아해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국내 선수들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이 장갑을 길게 만들어 베이스에 먼저 닿게 하려는 ‘꼼수’를 부렸지만, 한국야구위원회가 2022년 슬라이딩 미트(Sliding mitt) 길이를 최대 30cm로 제한하였습니다.

쇼트트랙에선 많이 알고 계시는 ‘개구리 장갑’이 있습니다. 개구리 장갑의 시초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김기훈 선수(現 울산과학대 교수)가 스케이트화 발목 부분의 고정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했던 에폭시 액을 장갑 손가락 끝부분에 발라 사용한 것이 시초입니다.
에폭시 액이 굳어 딱딱해지니 마찰력이 줄어 코너를 매끄럽게 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쇼트트랙은 코스 111.12m 중 약 53m 구간이 곡선입니다. 이 구간에서 원심력을 줄이기 위해 선수들이 몸을 트랙 안쪽으로 기울이면서 빙판에 손을 짚게 되는데 이때 너무 세게 짚으면 마찰력 때문에 속도가 줄어 균형 잡기가 어려워집니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김기훈 선수는 금메달을 따냈으며, 이후 다른 선수들도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플라스틱 방울을 붙이는데 개구리 앞발 모양과 비슷하게 생겨 일명 ‘개구리 장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역도에서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밀이 있습니다. 장미란 선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나무 뒷굽으로 된 역도화를 신고 출전했습니다. 원래 역도화는 충격 흡수를 위해 가죽이나 고무 재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장미란 선수는 충격 완화가 되지 않는 딱딱한 나무 재질이 몸의 힘을 그대로 실어줄 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하여 이를 올림픽에 적용하였습니다. 세계 역도연맹의 규정에는 신발 높이만 13cm만 넘지 않으면 되며 재질과 관련된 규정은 없습니다.

의도가 변질된 스포츠용품
진보한 스포츠용품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당시 호주의 이언 소프 선수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출전하여 3관왕을 달성하였습니다.
전신 수영복은 물과 마찰력이 가장 적고 부력도 제공하는 폴리우레탄 재질과 상어 피부와 비슷하도록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테플론 재질로 표면을 덮었습니다.
이후 모든 선수가 전신 수영복을 착용하였고 세계 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수영’이라는 스포츠가 패션쇼로 변질되자 국제수영연맹은 2009년 직물 수영복만 입도록 규정하였고 전신 수영복을 퇴출했습니다.
마치며
스포츠용품 발전은 선수들이 더 좋은 기록과 부상 방지를 위해 끊임없는 생각 중 아이디어를 얻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스포츠용품이 개발되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부상 방지에 효과가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