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묵, 한국 고미술 시장 최고 중의 최고

2023년 서울옥션 마지막 경매에는 누구나 아니 반드시 알아야 하는 안중근 의사 유묵(遺墨)이 등장하였습니다. 1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묵은 그동안 일본 개인 소장자가 보유하고 있어 세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 유묵(遺墨)

미술시장에도 한때 재테크 열풍이 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식어 있습니다. 그나마 옛 컬렉터만이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낙찰받기 위해 참여할 뿐입니다.

옛 컬렉터는 막강한 자본과 노련미가 합쳐져 경쟁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안목을 갖고 있어 새로 입문하는 컬렉터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경험이 많은 옛 컬렉터도 2023년 서울옥션 마지막 경매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5년 만에 나오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1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서예’ 분야를 생각하면 ‘추사 김정희’, ‘한석봉’이 먼저 생각나실 테지만, 한국 고미술 시장 서예 분야의 최고 중의 최고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입니다. 물론 역사적 가치와 뒷이야기가 있는 작품은 가치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시장에서 안중근의 유묵처럼 수억 원대의 가격이 형성된 서예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최고 중의 최고라는 말이 나와 분류별 최고 작품은 어떤 것인지 잠깐 설명하겠습니다.


분류별 최고 작품

그림: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

도자기: 달항아리 40cm 이상, 청화백자 오조용충

고가구: 왕실용 사용된 강화반닫이

서예: 안중근

안중근 의사 다음으로 줄을 세워본다면 추사 김정희와 박정희 전 대통령,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순입니다. 최근 서예 시장 침체로 ‘추사체’를 제외하곤 가격이 많이 하락하였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호암 이병철 창업주는 2,000만 원대, 김구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은 1,000만 원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몇백만 원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 아래는 100만 원이나 그 이하의 가격에서 거래됩니다.

이번 안중근 의사의 유묵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豈作蚓猫之態)’ 작품은 최종 19억 5,000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매 낙찰가를 7억 원으로 예상하였지만, 5억 원으로 시작한 경매는 10억 원 최고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습니다.

옛 컬렉터는 이 유묵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전문가들의 예상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가격을 제시하였을까요? 유묵이 10억 원이 넘어가는 순간 다시 팔아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투자의 가치는 없어졌습니다. 100년 정도 지나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번 안중근 의사 유묵은 투자를 위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그 어떤 이유인지 갖고 싶다는 마음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이유는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와 변하지 않을 가치를 원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19억 5천만 원은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값이 되겠습니다. 이제는 그 이상이 되어버렸지만 말입니다. 열 글자 남짓 한 글귀에 담겨 있는 그 ‘정신’이 중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렇게 또 대한민국에 가르침을 주십니다. 보기에 예쁜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그 의미의 근원적인 정신에 집중해야 한다.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豈作蚓猫之態)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

안중근 의사 유묵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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