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와 지방 병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2035년까지 추가로 의사 1만 명을 현장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의대 증원 계획
정부는 필수 지역 의료 체계 붕괴의 근본 원인을 의사 수 부족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 지방 의료 취약 지역의 의사 수는 전국 평균과 비교해도 5,000명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2035년에는 국내 의사 수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여 2025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려 5,058명으로 증원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정원을 증원하여도 이들이 현장에 나오는 것은 적어도 6년 후에나 가능합니다.
의과대학 입학생은 짧게는 일반의로 6년이 걸리고, 길게는 전문의로 10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정부 계획은 2031년부터 매년 2천 명 더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하여 2035년에는 1만 명의 의사를 현장에 투입하여 부족한 1만 5천 명 중 1만 명을 확충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전국 40곳의 의대 중 서울 8곳, 인천 1곳, 경기 4곳을 제외한 27곳 대학에 집중하여 배정될 예정입니다.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 충원되도록 추진할 방침입니다. 사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대입 이후 19년째 동결 상태입니다.
2000년도에 있었던 ‘의약분업’ 사태 이후 의사들 비위 맞추기용으로 의대 정원의 10%(351명)를 줄인 뒤 이후 늘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400명 증원 계획을 시행하려 하였으나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한 달 가까이 이어져 무산되었습니다.
대한의학회 의대 증원 반대
대한의학회는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즉각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의협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필수 의료 붕괴와 지역 소멸 현상은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로 해결책을 의대 정원에서 찾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번 의협의 집단행동은 의대 증원 규모가 큰 만큼 2020년 때보다 더 큰 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의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행동은 국민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고 명분이 약한 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부는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서거나 부추기면 의사면허 정지 처분이나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
의료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증원 폭만 보면 국내 의료체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충분하지만, 늘어난 인력을 필수 의료 분야와 지방 지역으로 안착시킬 전략이 부족하여 현재의 경쟁만 더욱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인재 특별전형 확대’와 ‘지역 필수의사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비수도권 대학이 해당 지역 고교 출신 인원을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한 의무적인 제도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 비중을 현행 48%에서 60%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지역 필수의사제는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지자체와 계약하고 장학금﹒지역정착금 등을 제공받는 제도입니다. 또한 진료에 대한 수가 보상 확대, 어린이 병원 적자 보전 등도 정부는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매년 2,000명씩 늘어날 의사들을 필수 의료 분야로 유입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으며 복지부 대책에는 의료기관이 필수 의료 분야에 의료자원을 투입하도록 강제하거나, 정부 주도의 공공병원을 늘려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역인재 특별전형은 지역 필수의사제와 달리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 요인입니다. 전문가들은 의사의 배치를 ‘시장 논리’에만 맡기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필수 인력 공백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개원 자격을 두거나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금전적인 인센티브만 제시해서는 지역 필수 의료 인력 확충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 필수의사제로 근무하는 의사와 함께 자리 잡고 일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대학과 지자체가 필수 의료 기반 조성에 책임을 분담하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에게서 필수 의료 분야 투자 계획을 받고, 이행 정도에 따라 정원을 나눠주자는 것입니다. 대학 부속병원이 지역 의료체계를 얼만큼 이끌어 갈 수 있는지 평가하고 반영하자는 것입니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지역 내 최상위 대학병원이 지역 병의원들의 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학병원에 배정된 전공의도 공동 수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것은 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보다는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역학을 잘 수행하는 대학에 정원을 우선 배정해 의대 증원을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필수﹒지역 의료 공백을 채울 수 있도록 이제는 실효성 높은 방안이 필요합니다.
이번 의대 증원으로 자발적 유입을 기다리기보다 공공의료를 대거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안정적으로 의료진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