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잠수교를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으로 만들 계획으로, 반포대교와 잠수교 사이에 분홍색 공중 보행 다리를 건설하여 한강과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예정인데, 일본 나오시마가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몄다면, 잠수교는 다리 전체가 미술관이 되는 것입니다.
잠수교 보행자 전용 다리
서울시는 2026년 잠수교를 ‘차 없는 보행 전용 다리’로 만들기 위한 설계 공모에서 네덜란드 건축 기업의 제안이 당선되어 한강 위에 길이 795m, 너비 18m의 특별한 문화 공간이 생길 예정입니다.
현재 자동차와 열차가 주인인 31개의 한강 교량 중 9번째 다리인 잠수교만이 온전히 보행자가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보행자 전용 다리는 갤러리의 작품과 한강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콘셉트로 만들어지며, 패션쇼 런웨이, 야외 영화관 등으로도 활용할 전망입니다.

개통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잇는 잠수교는 길이 1,225m, 너비 18m의 4차선 도로로 1976년 7월 개통되었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한 개통식 영상을 보면 정말 잠수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과는 모습이 전혀 다릅니다.
솟아오른 아치 부분도 없이 평평한 모습으로 그 위를 덮고 있는 반포대교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수면 바로 위에 있는 다리엔 난간도 없고 거대한 교각들만 촘촘해 군사훈련 때 도강 목적으로 놓은 임시 부교 같은 모습일 정도입니다.
군사적인 목적
강남 개발과 맞물려 건설된 잠수교는 실제로 군사적인 목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사시 군 장비의 신속한 이동을 위해 한강 수면 2.7m 위로 낮게 지었고, 교각을 15m 짧은 간격으로 설치하여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한 6년 뒤 개통한 반포대교 아래 숨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초기에는 골재 채취선 등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크레인으로 중간 15m 구간을 들어 올리는 ‘승개교(昇開嬌)’였지만, 1986년 구조변경 공사로 현재의 아치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측우기
잠수교는 여름 장마철엔 서울 시민에게 ‘측우기’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비가 좀 많이 내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잠수교가 통제되는데, 한강 수위가 6.5m를 넘으면 물에 잠기는 잠수교는 수위 5.5m 땐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며, 6.2m를 넘으면 차량도 통제됩니다.
2020년 8월 장마 때에는 232시간이라는 역대 최장 잠수 기록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