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정말 필요한 것인가?

2018년 지역화폐 전국 발행액은 4,000억 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27조 2,000억 원까지 상승하였습니다. 일부 화폐 금융과 재정 분야의 전문가들은 지역화폐는 국가 예산의 ‘낭비’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역화폐

우리나라는 1996년 강원도 화천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가장 최초의 지역화폐는 1930년대 미국에서 사용된 것이 시작입니다. 하지만 지역화폐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83년 캐나다 밴쿠버 인근 코목스밸리란 작은 지역의 레츠(LETS)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화폐를 사용하기로 한 회원들이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 후 그 가치를 전산시스템에 지역화폐로 기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장 성공한 지역화폐 사례는 2003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탄생한 킴가우어(Chiemgauer)입니다.

캐나다 ‘레츠’는 낙후 지역에서 현금으로 사용할 법정 통화가 부족하여 보완책으로 사용하였으며 독일의 킴가우어는 낙후 지역의 소비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킴가우어는 유로화를 킴가우어로 바꿀 때 3% 할인을 해주었고 반대로 킴가우어를 유로화로 바꿀 땐 5%의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킴가우어 사용을 유도하였습니다.

그리고 킴가우어는 3개월마다 액면 가격의 2%씩 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치가 보존되는 유로화와 달리 빨리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지역 소비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경제학 이론에서는 지역화폐 사용에 대한 근거가 빈약합니다. 화폐의 기능은 교환의 매개, 가치 척도, 가치 저장 수단 세 개의 기능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화폐의 기능입니다. 하지만 지역화폐는 교환의 매개 기능에 문제가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 통용하는 법정 화폐와 달리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사용처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교통과 통신이 불편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에서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화폐를 사용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한국과 외국의 차이

외국의 사례를 보면 ‘레츠’는 지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킴가우어’는 고등학교 교사가 시작하는 등 민간 단체가 조합 회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였다면, 한국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해 발행을 시작합니다.

외국은 특정 지역에서만 지역화폐를 발행하여 유통하는 반면 한국은 동시다발적으로 거의 모든 지자체가 앞다투어 발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자체가 발행하는 것은 지역화폐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그리고 외국은 해당 지역에서 업종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한국은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업종에 제한을 두는데, 이 역시 지역화폐의 효과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한국 지역화폐 문제점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해당 지역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 증대나 고용 창출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만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니, 서울에서만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인천 등 모든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발행하다 보니 다른 지역의 수요를 끌어오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현금 쓸 것을 그냥 지역화폐 사용으로 바뀌는 것뿐입니다. 정말 지역 활성화가 필요한 곳에서만 지역화폐를 발행한다면 해당 지역의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현재의 모습에서는 그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천에서 100만 원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인천에서 100만 원 소비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냐?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따지기 위해서는 원래 사용하려던 금액보다 추가로 더 사용한 금액이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현재 거의 모든 지자체가 너나 할 것 없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더 사용된 금액이 없다는 것이 현재 실증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그리고 지역화폐 발행에는 액면가의 10% 안팎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즉 100만 원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10만 원의 발행, 유통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발행과 유통에 들어간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세금입니다.

거기다 지자체는 지역화폐 활성화 명목으로 또 추가 할인을 해서 발행합니다. 이 할인된 금액은 어디서 충당하나요? 세금입니다. 발행, 유통, 할인 모두 세금이 사용됩니다. 지역화폐 사용하면 할인 또는 적립금이 많다고 좋아만 할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지역화폐는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에게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업종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업종을 늘려가다 이제는 학원, 병원 등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가끔 보면 학원비를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국민 세금으로 사교육 부흥에 힘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100만 원 지역화폐 발행할 때 120만 원이 사용된다면, 이건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이며 재정 낭비입니다. 굳이 할 필요 없는 사업을 해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차라리 발행, 유통, 할인에 사용되는 비용을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직접 도와주면 그게 더 효과가 높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돈을 써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돕고 싶다면, 유통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온누리상품권’이 있습니다.

충전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이용안내

지역화폐는 선거용 선심성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고 지역화폐를 무작정 많이 발행할 수는 없는 것이 지역 재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방향성

지역화폐는 환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소비를 국내로 묶어둘 수 있으며 지원이 필요한 지역만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해당 지역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모든 지자체가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낙후된 곳만 필요 때문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지역화폐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온누리마켓

블로그 더 보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