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20여 년의 역사가 쌓인 만큼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적립금 규모는 400조 878억 원에 달할 정도며 2030년엔 1,000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입니다.

퇴직연금 도입 취지
퇴직연금에 주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늘고 있는데,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도 연금 자산의 ETF 투자를 늘리는 데 한 몫 하고 있으며, 2024년 10월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며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도입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 강화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전부터 오랫동안 퇴직금 제도를 운용해 왔지만, 중소・영세 기업이 갑작스럽게 도산하면 근로자가 퇴직금을 전혀 받지 못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협의를 거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됐으며, 무엇보다 ‘사외적립’을 의무화한 것이 퇴직금 제도와의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형
크게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퇴직연금 도입 당시에는 외형상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게 설계해 기업이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한 DB가 주를 이뤘습니다.
✓ 확정급여(Defined Benefit)형
근로자가 퇴직 받을 금액이 사전에 확정돼 있으며, 기업이 적립금을 운용해 해당 금액을 지급하며, 운용 성과에 따른 위험은 기업이 부담합니다.
✓ 확정기여(Defined Contribution)형
기업이 매년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퇴직 시 적립금과 운용 수익을 받으며, 운용 성과에 따른 위험은 근로자가 부담합니다.
✓ 개인형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근로자가 스스로 가입해 운용하는 퇴직연금으로, 퇴직금이나 추가 납입금을 적립해 운용합니다.
문제점
퇴직연금 제도는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오랜 기간 풀지 못한 과제가 있는데, 바로 저조한 수익률입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가입자 수익률이 2%대 머물러 있는데, 이는 미국, 캐나다의 7%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은 개인연금과 달리 가입 여부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고용주에게 법정 의무를 부여해 매년 연봉의 한 달치(8.3%)를 자동 적립하는 구조로, 원하든 원치 않든 연봉의 일부가 쌓이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합니다.
제도 일원화
실제 퇴직연금 가입률은 근로자 수 기준으로는 50%에 육박하지만, 사업장 수로 보면 도입률은 아직 26.8%(2022년 말 기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70% 이상이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중소・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중도누수
퇴직연금의 중도누수는 제도의 성장을 가락막는 커다란 장애물로 꼽히는데, 중도누수는 다시 중도인출과 중도해지로 나뉩니다. 중도인출은 근로자 개인의 사유로 인해 적립금을 인출해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중도인출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중도해지로, 말 그대로 제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말합니다.
퇴직연금 자산의 약 4%가 매년 중도누수 되고 있는데,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중도누사가 없다면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할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직하더라도 중간에 해지하지 않고, 장기 투자로 수익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연금화
퇴직연금 제도는 수급권 보호라는 협의 아래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다층 연금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다층 연금 체계는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전체 합산 소득 대체율이 퇴직 전 소득의 최소 60%에 도달하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그러나 퇴직연금이 일시금으로 지급되면 매년 받는 연금(annuity)이라는 뜻이 희석되고, 소득 대체율의 의미도 사라지게 되기에, 종신연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0년, 20년 연금으로 받아 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퇴직연금 제도는 이러한 이슈가 해결돼야 비로소 제도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익률 제고
앞서 제기된 과제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수익률 제고입니다. 수익률 제고는 퇴직연금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수익률이 다른 저축 수단보다 높다면 법적 강제나 세제 혜택 없이도 자발적으로 퇴직연금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것은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제도를 보면 되는데, 호주의 퇴직연금은 연간 7~8%대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호주 근로자들은 별도의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하기보다는 퇴직연금 계좌에 추가 납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실제 퇴직연금 적립금 400조 원 중 약 80%가 예금으로 대표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데, 이것은 퇴직연금의 짧은 역사에서 투자로 성공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DC형은 운용 지시를 개인 가입자에게 맡기고 있지만, 직장 가입자들은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투자 관리가 어렵고 또한 고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워 원리금 보장형을 유지하는 일이 많습니다.
TDF
그래서 최근 화두가 되는 상품이 타깃데이트펀드(TDF)인데, 미국 퇴직연금 제도인 401K는 디폴트옵션의 약 80%가 TDF 상품으로, TDF는 투자자 연령과 퇴직 시기를 고려해, 젊을 때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비중을 두고, 퇴직 시기가 다가올수록 점차 저위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그래서 TDF는 사업자의 역량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며,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계기로 TDF 수익률이 곧 금융사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