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일찌감치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대표적인 퇴직연금 상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해 주는 데다 수익률도 높아 ‘연금 백만장자’의 나라를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상품 TDF
미국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미국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401K 가입자 중 TDF 투자자는 2022년 말 기준 68%에 달하며, 401K 자산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22%에서 2024년 41%까지 늘었습니다.
또한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따르면 뱅가드 고객의 401K 디폴트옵션 98%는 TDF로 설정돼 있어, 대부분 직장인의 노후를 TDF가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DF는 가입자가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기존 연금 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정해주면 자동 자산 배분 프로그램이 자산별 비중을 조정하는데, 청년기에는 성장주와 고수익 채권 등에 자산을 집중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배당주와 국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합니다.
인기 요인
높은 주식 비중으로 인한 높은 수익률도 인기 요인으로, 운용 자산 1조 6,300억 달러(약 2,278조 원)의 미국 3대 TDF 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의 ‘2050 TDF'(은퇴 시점을 2050년으로 잡은 TDF)를 분석한 결과 주식 비중은 90%를 웃돌았습니다.
미국 주식 65.51%, 미국 외 해외 주식 30.63%로 총주식 비중은 96.14%로 이 가운데 기술주 비중도 22.79%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미국 채권과 미국 외 해외 채권, 현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4%에 달했고, 2024년은 14.6%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TDF 투자자들은 자산이 적절하게 배분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투자자들과 달리 시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국내 TDF 상품
국내에서도 TDF가 높은 수익률을 내며 대표적인 퇴직연금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최근 1년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미국 증시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2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자, 연금 계좌를 통해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TDF로 좋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선 TDF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우선 샤프지수(투자 위험 대비 수익률) 등을 꼭 따져봐야 하는데,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 시점이나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작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수익률 대비 변동성이 낮다는 의미로, 샤프지수가 높은 상품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리금 보장형
2023년 7월 정부는 DC형과 IRP 가입자 대상으로 디폴트옵션 가입을 의무화했는데, 디폴트옵션은 미리 정해 놓은 곳에 적립금이 자동으로 투자되게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정부는 원리금 보장형에만 방치하지 말고,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가입을 유도하려 했겠지만, 실상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사업자 공시 자료에 나타났습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78%는 적립금을 연 3%대 예・적금 상품에 방치하고 있었는데, 디폴트옵션 가입자들이 사전지정 대상 상품에 포함된 ‘초저위험'(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퇴직연금은 ‘복리의 마법’이 가장 잘 작동하는 금융 시장입니다. 그래서 디폴트옵션 제도가 안착한 미국이나 영국 등은 한국과 달리 예・적금 상품을 아예 고를 수 없는데, 이것이 두 나라의 연금 수익률이 연 8~9%에 달한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