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 투자 원칙

트럼프의 전략은 비상식적인 미국만의 이기주의에 기반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제로섬적인 성향이 강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는 목표 수익률을 낮게 가져가면서 새로운 전환에 대비하는 것이 트럼프 2기 시대 투자 원칙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모습을 표현한 그림


트럼프 2기 시대 돈 버는 원칙

미국의 법안 중 일명 ‘BABA(Build America, Buy America) 법’이 있는데, 미국을 재건하는 데 소요되는 자재들은 미국 제품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다른 국가가 미국 제품을 사지 않으면 Buy America의 Buy는 Bye(헤어지자)의 의미로도 들립니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를 향해 엄청난 강도로 압박을 가할 것인데, 밑으로 들어오든지, 아니면 독자 생존하든지 선택을 강요할 것이지만, 강한 압박의 이면에는 허술한 측면도 있어, 바로 이 틈새를 잘 해석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관세 장벽

한국・대만・일본 기업이 미국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제조 설비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하는 대신 관세를 높여 미국에 제조 설비를 짓도록 유도한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약은 한국에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이 고율의 관세 장벽을 치면 동아시아 배터리 업체들은 현재 건설 중인 배터리 제조 설비의 완공 시기가 상당히 지연될 것이며, 중국의 원자재 수출 중단으로 미국 전기차 산업이 고사할 수도 있는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계와 노동자,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실제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이미 제조 설비 건립을 늦추고 있으며, 첨단 공정은 자국에서 생산해 미국의 압박을 우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역시 미국에 제조 공장을 건설해도 이를 운용할 인력이 부족하며, 한국・대만 기업이 일종의 사보타주*를 하면 트럼프 임기가 거의 지난 시점에서나 가동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사보타주: 생산 설비 및 수송 기계의 전복, 장애, 혼란과 파괴를 통해 관리자 또는 고용주를 약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도적인 행동

다만 뉴스는 점점 험악한 내용이 나오겠지만,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 미국도 위험하기에, 절제되고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특히 신임 내각이 정책 경험이 거의 없는 ‘예스맨’ 중심이라는 점도 정책 혼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는 임기 중 중국을 굴복시킬 수 없고,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나올 가능성을 늘 열어둬야 하며, 뉴스를 반대로 해석해야 할 일도 많아질 것입니다.


과학기술

미・중 패권 경쟁을 좁혀보면 과학기술 패권 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인공지능(AI)과 관련돼 있습니다. 중국의 AI 기술력은 미국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라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이 쉽지 않아, 과학기술의 발전 상황에 따라 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일 중국의 파운더리 기업인 SMIC나 D램 업체 CXMT가 TSMC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근접한 기술력을 확보하면 트럼프의 모든 계획은 수포가 될 수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듯이 투자자들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 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살펴야 하는데,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를 넘어 판 전체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AI 기술에 이어 휴머노이드 등 로봇 기술과 양자 기술의 상용화가 대기 중으로, 미・중 패권 전쟁의 전선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이며, 이미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로봇 가격은 2만 달러대에 진입했습니다.

이것은 휴머노이드가 2만 5,000달러(약 3,000만 원대)일 때, 미국 자동차 산업 기준으로 평균 6개월이면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재정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늘린다고 해서 미국 재정이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운데, 미국 전체 재정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1~10월 기준 1.5%에 불과합니다. 즉 관세 수입을 아무리 늘려도 미국 재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제시한 재정지출 계획을 보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7.5조 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2024년 9월 말 기준으로 추정하면 미국은 GDP가 29조 달러인 상황에서 정부 부채는 27.7조 달러로 GDP의 95%를 넘겼으며, 2024년에만 국채 이자로 국방비보다 많은 1조 달러 이상 사용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관세 부과로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국채 이자 부담은 더 증가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 경제가 좋으면 달러 강세로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 경제가 나빠서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인 고금리 때문에 미국에 투자하곤 했으며, 때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차입해(엔 캐리 트레이드) 미국 자산에 투자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경기가 좋든, 나쁘든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바로 기축통화 효과 때문입니다.

그러나 추가로 미국 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면 이런 일상화된 투자 패턴이 바뀔 수 있는데, 당장은 아니겠지만,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흔들리면 투자의 중심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려는 시도일 것입니다. 미국이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서 달러 가치를 보존하려 하면 가상자산 투자와 활용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체 지급하면 미국의 금리와 경제 상황은 일단 안정을 보일 수 있는데, 기존 글로벌 금융 생태계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에 면밀히 주시해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가 고정돼 있는데, 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다. 테더(Tether・USDT) 코인이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며, 이외에도 HUSD, PAX, GUSD, USDC 등의 다양한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됐다.


빅테크 기업

AI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은 독점적 성향이 강하지만, 유럽에서 반독점 규제가 속속 나오면서 미국 내에서도 아마존 등에 대한 반독점 이슈는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AI 칩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독점 규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대외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을 지원해서 미국의 이익을 지켜야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독점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독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규제의 대상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빅테크 규제 분위기는 강화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대한 강한 규제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빅테크 기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은 한국이나 미국 시장 모두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반대 상황도 있는데, 자율주행(FSD) 자동차의 상용화는 안전성과 관련된 규제의 장벽이 높아, 이미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지만, 규제 해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반면 중국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오히려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데, 일론 머스크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차의 규제 해제를 비롯한 AI와 관련된 많은 규제 해제를 예상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AI의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인터레그넘(interregnum)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낡은 것이 소멸해 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이 아직 태어날 수 없는 상황의 권력 부재 위기’를 인터레그넘(interregnum)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원래 뜻은 정치적 공백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은 효용이 낮아졌고, 미래의 변화는 다가오지만, 트럼프가 펼칠 상황을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확정적인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뿐이며, 많은 분야가 유동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모든 것에 변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하며, 사회적 변화가 개인의 변화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과거 방식은 전혀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당분간은 미국이 만드는 흐름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불편하지만, 과거의 상식과 결별하고 유연하게 사고해야 하는 인터레그넘의 우울한 신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어떤 변화라도 받아들이는 겸손함과 유연함을 지니며, 대응은 민첩해야 합니다. 즉 기존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현기증 나는 변화 속에서 투자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투자 원칙

이미 경험했듯이 트럼프는 SNS를 통해 걸러지지 않은 많은 뉴스를 내보내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지만, 투자자들은 정보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냉정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통상 투자에 실패하는 심정적 요인은 객관성보다는 자기 확신, 즉 자신의 소망에 따른 투자에서 비롯되는데, 트럼프 시대에는 객관성을 약화시키는 뉴스와 정보가 양산될 것이므로, 늘 한발 물러서서 큰 그림으로 세계와 미국을 바라봐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 패권 강화라는 미국인들의 생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변동성 극대화

추세가 형성되면 투자는 쉬워지지만, 새로운 트럼프 시대에는 공교롭게도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글로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로, 빠른 기술 진보로 기업의 흥망성쇄가 순식간에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19 당시 풀어 놨던 자금을 거둬들이는 시기이기도 한데, 미국 재정 상황에 따라 미국 금리가 빠르게 변동하면 다른 국가들의 금리와 환율 변동도 심해질 것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가치투자, 장기 투자는 중요한 원칙이고 앞으로도 지켜질 것이지만, 트럼프 임기 전반부에서는 ‘무엇이 가치인가’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예고되며, 그 결과 장기적 시장 예측이 보다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을 주도했던 매그니피센트 7(M7)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음을 감안하고,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자산 배분

미국 경기가 조정세를 보이면 글로벌 투자 자금은 미국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이번 국면에서는 분산투자나 자산 배분이 쉽지 않을 것인데, 전반적인 글로벌 정치・경제 구조가 미국에 의해 새롭게 규정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하면 여타 지역 경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며, 보편 관세가 모든 국가에 적용되면 미국 이외 국가의 경기 침체는 더 심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대부분 일본형으로 가고 있고, 러시아를 비롯한 구공산권은 원자재 가격 약세로 숨쉬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과의 전투와 국내의 디플레이션 분위기로 힘든 시기에 돌입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미국 이외 지역 간 투자 로테이션은 설령 나타난다고 해도 강도는 매우 약할 것입니다.

투자의 달인인 워런 버핏은 지금 현금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는 모든 것이 유동화되면서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것인데, 2025년 상반기까지 큰 그림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 달라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한 후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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